사람 수고를 덜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편리한 도구가 진화함에 따라, 기계를 속이기 위해 정교한 작업을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의 특별한 임무가 아니라, 숙박 앱을 이용하고 수강신청을 하고 콘서트 예매를 하는 평범함 이들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상황이다. 똑똑해진 기계와 사람이 서로를 속이기 위한 숨바꼭질 경쟁을 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놀이가 아니라, 기존의 약속과 질서를 뒤집어버리는 혼란이자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매크로를 막는 기술적 방법은 한계가 있다. 보안과 편의성을 함께 올려야 하는 어려운 과제는 기술만이 아니라 인문학적·심리학적 접근을 병행해야 한다. 아이폰이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을 언급한 것처럼 보안도 인간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기술 발달로 사람과 기계의 식별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서로를 속이기 위한 숨바꼭질 경쟁은 더 고도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기술로 불거졌지만, 해결은 종합적이어야 한다. 누구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서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지를 파악해, 기술을 지혜롭게 통제하는 길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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