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프로토콜 연구실 20년을 돌아보며





                                                                       




                                                                                                            


이동훈 교수

 

 

 암호프로토콜 연구실의 설립은 정보보호대학원 개원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보보호대학원 개원의 모태는 정보보호연구센터(CIST, 정보보호연구원)이다. 1998 8월 임종인 교수님의 암호알고리즘 연구실과 본인의 컴퓨터알고리즘 연구실을 합하여 국내 최초로 보안분야 센터인 CIST를 설립하게 되었고 연구실의 명칭을 현재의 암호프로토콜 연구실로 변경하게 되었다. 암호프로토콜 연구실은 암호알고리즘 연구실과 함께 정보보호대학원의 20년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대학원 신입생들에게 그렇게 인기 있는 연구실은 아니었고 한 해에 석사 2~3, 박사 1~2명을 받아왔으며 예나 지금이나 연구실의 연구원은 대략 10~15명을 유지하였다. 대부분 연구원의 학부 전공은 수학이며 다른 연구실과는 다르게 여성과 남성 비율이 비슷한 상태로 유지되었다. 10년 전 대학원 최초로 한 연구실에서 결혼에 성공한 정래 교수님과 권옥 박사 커플이 탄생하기도 하였으며 그 후로 연구실 내의 연애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한때는 혈액형 AB형인 연구원 비율이 전체 연구원의 50%를 넘었던 적이 있었던 것도 색다른 기억이다. (이 당시 연구실 분위기는 상당히 조심스러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학문의 성격상 큰 산을 넘어야 논문을 쓸 수 있는 터라 석사 연구원들은 대부분 시간을 논문과 씨름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호프로토콜 연구실에서 응용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10여 년 전 별도로 spin-off한 연구실이 현재의 임베디드보안 연구실이다.

 

 지난 18년 동안 박사 26, 석사 44명을 배출해서 한 해에 박사는 1명 조금 넘게, 석사는 2명 조금 넘게 배출되고 있다. 학술적인 면에서 국내 보안 분야의 연구실 중에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왔다. 가장 영향력 있는 보안학회인 ACM CCS와 국제 3대 암호학술대회인 CRYPTO, EUROCRYPT, ASIACRYPT에 논문을 발표하였고, 국가암호공모전 등 다수의 논문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 동안 200여 편의 SCI(E)급 논문과 20여 편의 Top 10% 저널 논문을 게재하였다. 또한, 연구의 생산성과 영향력을 나타내는 h-index 36, i10-index 116을 보여 발표된 논문의 인용도가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암호프로토콜 연구실에서는 주로 공개키 시스템 설계 분야에 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였으며 ID기반 공개키 시스템, 속성기반 공개키 시스템 등 새로운 개념의 공개키 시스템 설계를 주도하였다. IoT 인증, 스마트폰 DB 암호화 기술 등 기업 수용에 맞는 연구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크게 2가지 주제인 함수암호와 양자 내성 암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함수암호(Functional Encryption): 함수암호는 기존의 공개키 암호와는 달리,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암호화된 데이터에 대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진화된 형태의 암호기술이다. 연산 결과를 평문 형태로 얻는다는 점에서 동형암호(Homomorphic Encryption)와는 차별성이 있으며,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ICT 환경에서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의 지원을 받아 총 7개의 대학이 참여하는 함수암호연구단 (과제명 : 함수암호 원천기술 연구)의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양자 내성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양자 내성 암호는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공격에 안전한 암호를 의미한다. 현재 전자상거래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RSA, ECDSA 등의 공개키 암호는 인수분해 문제, 이산대수 문제 등을 이용하여 설계되었는데, 이들 문제는 양자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쉽게 풀 수 있음이 알려져 있다. 최근 양자 알고리즘을 실행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가 급속도로 발전됨에 따라 양자 내성 암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암호프로토콜 연구실에서도 양자 내성 암호를 설계하고, 기법의 안전성 증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주관하는 고려대 암호기술 특화연구센터의양자컴퓨팅 환경에서도 안전한 암호기술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NIST에서 주관하여 전 세계의 암호학자들이 참가하고 있는양자 내성 암호 표준화 공모전에서 1차 합격하는 쾌거를 보이기도 하였다.

 

 국내에서 암호프로토콜 분야의 연구는 한때 호황기를 맞아 10개 이상 대학 연구실이 이 분야를 연구해왔으나 이론연구의 장벽, funding의 어려움으로 현재는 2~3개 정도만 남아있다. 하지만 정보보호대학원의 암호프로토콜 연구실은 지난 20여 년간 보안의 근간을 이루는 이론분야에서 국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으며 마땅히 미래에도 이 분야에 대한 정진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