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IP카메라의 보안을 강화해 국민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IP카메라는 기존의 폐쇄회로 TV, CCTV(Closed Circuit TV)와는 달리 인터넷으로 연결돼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기 또는 반려견을 기르는 가정이나 도난 사건을 막으려는 매장 등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이를 해킹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몰카 영상을 음란물 사이트에 올리는 등 관련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에 정부는 보안이 취약한 IP카메라를 식별하고 보안조치 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이 같은 정책을 일상생활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기 전반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물인터넷 기기의 경우 보안도 중요하지만 '기술피로도' 또한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피로' 또는 '기능피로'란 인간 생활을 편리하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기들의 복잡함이 오히려 인간에게 피로와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뜻으로, 쓰기 어려운 첨단 기능들을 잔뜩 넣기 보다는 오히려 기능은 몇 개 없더라도 직관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람과 기계가 원활히 소통(일명, '휴먼-컴퓨터 인터페이스(HCI)')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특별 대책을 당부할 정도로 몰카 범죄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관심 사안이라는 이유로 이를 조속히 처리하려고만 든다면, 자칫 실효성 없는 정책들이 남발될 수도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람을 중심에 둔 정책을 마련코자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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